재판부 "의도적으로 방치…원심 부당하다 보기 어려워"
작성일 : 2021-11-10 16:40 수정일 : 2021-12-28 19:18 작성자 : 김수희 (battie009@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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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사진=연합뉴스TV] |
심부뇌출혈 및 지주막하출혈을 앓던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2살 청년 A 씨에 대한 피고인 항소를 법원이 기각했다.
대구고법 형사 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10일 중병을 앓던 아버지 B 씨(56)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A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 씨와 단둘이 같이 살던 B 씨는 지난해 9월 심부뇌출혈 및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게 됐다. 그러다 치료비 부담이 어려워지자 A 씨는 지난 4월 B 씨를 퇴원시키고 혼자서 돌보게 됐다. A 씨는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거동할 수 없는 B 씨의 퇴원 이튿날부터 처방약을 주지 않고 치료식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 일주일 뒤부터는 b 씨를 방에 홀로 방치해 5월께 숨지게 한 한 혐의를 받는다.
B 씨의 퇴원 전 B 씨의 동생이 생계지원, 장애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절차를 A 씨에게 알려줬지만 A 씨는 주민센터 등을 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원 후 B 씨는 목이 마르다고 하거나 A 씨가 지인들에게 생활비를 빌리도록 제안하는 등 삶의 의지가 있었다. 또 B 씨는 간헐적으로 A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A 씨는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B 씨의 사인은 영양실조 상태에서 발병한 폐렴, 패혈증 등으로 추정된다.
A 씨는 경찰 수사에서 존속 살해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 수사 단계에서 '아버지를 퇴원시킨 바로 다음 날부터 기약도 없이 2시간마다 한 번식 아버지를 챙겨주고 돌보면서 살기는 어렵고, 경제적으로도 힘드니 돌아가시도록 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에서는 존속살해에 고의가 없었다며 검찰에서 한 진술을 번복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 씨의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범행에 이르게 한 여러 정황을 고려해 권고 수준보다 낮은 형량인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행동해 피해자가 숨지도록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고인은 피해자를 사망하도록 놔두어야겠다고 결심한 이후로도 피해자가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물과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포기와 연민의 심정이 공존하는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 씨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 재판부 역시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피해자가 퇴원할 때 병원에서 받아 온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단 한 차례도 투여하지 않은 점을 비롯해 피고인 자백 진술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퇴원시킨 다음 날부터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거동이 불가능한 아버지인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것으로 그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피해자가 퇴원해 자신이 직접 간병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자마자 범행을 계획한 점 등 불리한 정상과, 피고인이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항소 기각 이유를 밝혔다.
한편 A 씨 사건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 나이에 부모나 조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영 케어러'(Young Carer)의 '간병 살인'으로 불리며 최근 주목을 받아 정치원을 중심으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자신의 SNS에 관련 보도를 링크하고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은 자립의 기회,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 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의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적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한 청년의 삶을 통째로 내던져도 감당하기 어려웠을 비극 앞에서 우리 공동체는 왜 그를 돕지 못했나"라고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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